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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갈원여병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9-09 20:4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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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은 모든 해외파병을 금지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 한국은 왜 더 이상 호르무즈의 방관자가 아닌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한국도 더 이상 이 위기의 외부에 머물기 어려워졌다. 한국 국적선 나무호가 공격을 받았고 이후 한국 해운기업과 관련된 유조선도 피격됐다. 호르무즈의 위협은 이제 먼 중동의 전쟁이 아니라 한국의 선박과 국민, 에너지 수송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안보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파견)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헌법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비전투 전력이라도 호르무즈에 파견하면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자국 선박과 해운이 피해를 입은 당사국이다.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선박 호송과 기뢰제거, 해상감시와 구조활동까지 침략전쟁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가경제와 에너지 수송을 국제해협과 해상교통로에 크게 의존하는 사실상의 해양국가다. 호르무즈의 자유로운 통항은 미국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명선과 직결된다. 국제해협의 자유통항이 위협받고 우리 선박까지 공격받는 상황에서 이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해양국가로서의 역할에 부합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파병 자체가 아니다. 한국군이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는 것과 대한민국의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지키기 위해 제한적인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결국 호르무즈 파병 논쟁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찬성이냐 반대냐만이 아니다. 헌법이 금지하는 침략전쟁은 어디까지이며, 이미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는 정당한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바로 그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이번 논쟁의 출발.이어야 한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I.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은 모든 해외파병을 금지하는가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 논쟁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헌법 제5조 제1항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파병 논의가 알려지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비전투 전력이라 하더라도 호르무즈에 한국군을 파견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5조 제1항이 금지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헌법은 모든 전쟁이나 모든 해외 군사활동을 부인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함께 규정하면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국군을 해외에 파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곧바로 침략전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파견의 목적과 임무, 그리고 한국군이 실제로 수행하는 군사행동의 성격이다.
이러한 。은 헌법 제60조 제2항과 함께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헌법은 국회에 선전포고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군의 해외파견 자체가 곧 침략전쟁을 의미한다면 헌법이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헌법 제5조의 침략전쟁 부인 원칙과 제60조의 국회 동의권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국군의 해외파견에 목적과 절차상의 헌법적 통제를 가하는 규정으로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국회의 동의를 받으면 모든 해외 군사활동이 당연히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 동의는 국군의 외국 파견에 필요한 중요한 민주적 통제절차이지만, 파견된 군대가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군사행동을 수행하는가는 여전히 헌법 제5조의 평화주의 원칙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결국 절차적 정당성과 함께 파견 목적과 실제 임무의 실질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비전투 전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전쟁참가의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직접 무기를 발사하지 않더라도 이란에 대한 공격작전을 위한 표적정보를 제공하거나 미군의 공격작전을 직접 지원한다면 그 군사적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선박의 호송과 국민 구조, 민간항로의 안전확보와 같은 제한적 임무는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국의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행동과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투병과 비전투병이라는 형식적인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군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지휘체계와 교전규칙 아래 행동하며 그 활동이 실제로 어떤 군사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가이다. 이것이 침략전쟁과 정당한 해상교통로 보호를 구분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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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헌법 제5조 제1항의 침략전쟁 부인 원칙은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조항은 대한민국이 군사력을 어떤 목적과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헌법적 경계선이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가해 상대국을 공격하는 것과 이미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이 국민과 선박,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따라서 호르무즈 파병의 헌법적 판단은 파병이라는 한 단어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그 목적과 임무의 실질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물어야 할 것은 더욱 본질적인 문제다.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보호하려는 것이 미국의 전쟁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생명선인가.
한국이 보호해야 할 것은 우리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라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 한국이 보호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전쟁인가, 대한민국의 생명선인가
호르무즈 파병 논쟁이 미국의 요청에 응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면 한국이 처한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한국이 판단해야 할 기준은 미국의 대이란 전쟁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호르무즈해협에 걸려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이다. 호르무즈는 미국과 이란이 충돌하는 전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원유와 에너지, 대외교역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교통로(SLOC)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이 더 이상 호르무즈의 잠재적 피해국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 국적선 나무호가 호르무즈해협에서 두 차례 공격을 받았고, 정부 조사에서는 수거된 잔해 등을 토대로 이란산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공격 주체 자체는 특정되지 않았다. 이후 한국 해운기업과 관련된 유조선도 공격을 받았다. 이제 호르무즈의 안전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대한민국의 안보문제다.
따라서 한국 선박의 호송과 해상감시, 기뢰와 폭발물 제거, 조난구조 등을 단순히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행위로만 볼 수는 없다. 이미 피해를 경험한 국가가 추가적인 공격과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예방적 보호조치라는 측면에서도 판단해야 한다. 국가가 자국민과 선박이 반복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떤 보호조치를 취할 것인가는 전쟁참가 여부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국가안보의 문제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가진 해양국가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가경제와 에너지 수송을 국제해협과 해상교통로에 크게 의존하는 사실상의 해양국가다. 따라서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은 단순한 해운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유지하는 기본조건이다. 호르무즈의 자유통항이 위협받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선이 위협받는 것과 연결된다.
그런 。에서 호르무즈의 자유통항을 지키는 문제는 미국만의 이해관계도 아니다.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을 유지하는 것은 국제해양질서의 중요한 원칙이며, 세계 주요 해상교통로를 이용해 성장하고 생존해 온 한국 역시 이러한 질서의 직접적인 수혜국이다. 자국 선박이 실제로 공격받고 핵심 해상교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이를 미국과 이란 사이의 문제라고만 간주해 방치하는 것이 과연 해양국가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국가이익이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의 선택을 미국 지원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립이라는 양자택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의 국민과 선박,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제3의 선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박을 호송하고 민간항로의 위험을 제거하며 해상감시와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것과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군의 공격작전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목적부터 다르다.
여기에서 헌법 제5조의 두 원칙도 다시 만난다.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면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해야 한다. 동시에 국군은 헌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헌법적 원칙을 종합하면 침략전쟁에 참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가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만 볼 필요는 없다.
물론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라는 이유만으로 해외에서의 모든 군사활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이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호르무즈에서 한국군의 임무가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과 결합될 경우 그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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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해상교통로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지원 사이에 더욱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한국이 보호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명선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피해를 입은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며 대한민국의 핵심 해상교통로와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동맹의 요구에 따라 전쟁에 참여하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국가적 선택이다.
대한민국이 호르무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결국 자신을 어떤 국가로 인식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해협과 해상교통로를 통해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는 해양국가라면 침략전쟁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의 생명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EOD·P-8·군수지원함·청해부대는 모두 같은 참전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II. EOD·P-8·군수지원함·청해부대는 모두 같은 참전인가
호르무즈 파병 논쟁에서는 어떤 전력을 보내느냐가 중요한 쟁.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전력은 EOD 기뢰제거 전력과 P-8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그리고 이미 아덴만에 파견되어 있는 청해부대 등이다. 그러나 이들을 전투전력과 비전투전력이라는 두 개의 범주로만 나누어 참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같은 전력이라도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그 활동이 어떤 군사적 효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성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검토할 수 있는 것은 EOD와 기뢰제거 전력이다. 기뢰는 적은 비용과 제한된 전력으로도 해협 전체의 통항을 위축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거부(Denial) 수단이다. 특히 호르무즈처럼 항로가 제한된 국제해협에서는 실제 기뢰가 설치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기뢰가 존재할 가능성만으로도 선박과 해운회사, 보험회사의 행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민간선박이 이용하는 항로에서 기뢰와 폭발물을 탐색하고 제거하는 것은 이란의 군사력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작전과는 목적이 다르다.
더욱이 한국은 이미 자국 선박과 해운이 공격을 받은 피해 당사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선박이 이용하는 항로의 기뢰와 폭발물을 제거하는 것은 단순한 비전투 지원을 넘어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보호조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국제상선이 이용하는 항로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에서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기뢰제거라도 목적이 달라지면 군사적 성격도 달라진다. 한국군이 민간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기뢰를 제거하는 것과 미군의 대이란 공격작전을 위해 작전수역을 개방하거나 공격함정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전자는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이지만 후자는 미군의 공격작전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EOD의 성격은 기뢰를 제거한다는 행위 자체보다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제거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P-8 해상초계기도 마찬가지다. P-8은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수상함과 잠수함을 탐지하고 해상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호르무즈에서 해양상황인식(Maritime Domain Awareness)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한국 선박의 이동경로를 감시하고 미사일과 드론, 기뢰 등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해 선박에 경보를 제공한다면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임무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P-8이 획득한 정보가 이란의 군사시설이나 함정에 대한 미군의 표적정보로 제공되고 실제 공격작전에 연결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해상교통로의 위험을 탐지하기 위한 감시와 상대의 군사력을 파괴하기 위한 표적획득은 동일한 정보활동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P-8의 파견 여부 못지않게 수집한 정보의 범위와 공유대상, 사용목적을 명확하게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수지원함은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군수지원은 직접 무기를 발사하지 않더라도 전투부대가 장기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박을 보호하는 한국군 전력의 작전지속을 지원하는 것과 대이란 공격작전을 수행하는 미군 전력의 작전지속을 지원하는 것은 같은 군수지원이라도 전략적 의미가 다르다. 따라서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군수지원 활동을 비전투 임무라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이미 아덴만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도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해부대는 선박 호송과 해적 대응, 국민 보호와 철수 등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에서 한국 선박의 안전항행과 국민 보호라는 호르무즈 임무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아덴만에서 해적을 상대하는 것과 미국과 이란이 무력충돌하고 있는 호르무즈에서 국가의 군사전력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위험의 수준과 군사적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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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청해부대라는 기존 파견전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호르무즈에서의 새로운 임무까지 동일한 성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EOD와 P-8, 군수지원함과 청해부대를 모두 같은 참전으로 규정하는 것도, 반대로 비전투 전력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전쟁과 무관하다고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력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수행하는 임무다. 한국 선박의 안전항행과 국민 보호, 추가적인 피해 예방을 위한 활동인지, 아니면 미국의 대이란 공격능력과 작전지속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따라서 호르무즈 파병에서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무엇을 보낼 것인가만이 아니다. 보내는 전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전력이 현지 상황에 따라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을 지원하는 전력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제 남는 문제는 그 경계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이다.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국제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며, 어느 지.부터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대한 군사적 참여로 보아야 하는가. 이것이 호르무즈 파병에서 가장 중요한 다음 판단이다.
어디까지가 해상교통로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전쟁참가인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IV. 어디까지가 해상교통로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전쟁참가인가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견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해상교통로 방어와 전쟁참가의 경계를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이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무력을 사용하고 있는 해역에서는 한국군이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임무의 목적과 수행방식에 따라 어느 순간 한쪽의 전쟁수행을 지원하는 군사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전투전력이냐 비전투전력이냐보다 한국군의 활동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어떤 군사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호르무즈에서 이란이 사용하고 있는 현존위협(TIB)과 거부(Denial)의 개념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란은 미국과 대등한 해·공군력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미사일과 드론, 기뢰 등 다양한 위협수단을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상선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 선박을 모두 공격하거나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장악하지 않더라도 선박과 해운회사, 보험회사가 위험을 우려해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을 중단한다면 거부효과는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거부효과가 더 이상 미국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 국적선 나무호가 공격을 받았고 한국 장금상선과 관련된 유조선도 피격됐다.
이란은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위협과 경고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자신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경우 이를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이란의 TIB와 거부능력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수단을 넘어 국제상선의 통항과 대한민국의 해상교통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선박의 호송과 기뢰제거, 해상감시와 구조활동을 단순히 방어적 군사활동이라고만 규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이미 호르무즈에서 자국 선박과 해운이 공격을 받은 피해 당사국이다.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탐지하고 제거하며 선박과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피해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사후조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보호조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가경제와 에너지 수송을 국제해협과 해상교통로에 크게 의존하는 사실상의 해양국가다. 한국에 해상교통로의 안전은 선택적인 해외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지탱하는 기본조건이다.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이 위협받고 자국 선박까지 실제로 공격받은 상황에서 이를 단순히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라는 이유로 계속 방치하는 것이 과연 해양국가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역할에 부합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제해양법질서의 문제도 존재한다. 호르무즈는 특정 국가만을 위한 항로가 아니라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선박과 항공기의 통과통항(Transit Passage)을 인정하고 있으며, 연안국이 이를 방해하거나 정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민간선박의 항행을 위협하는 기뢰와 폭발물을 제거하고 안전한 통항을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가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이라는 국제해양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국제해협의 자유통항이라는 원칙이 한국군의 모든 군사행동을 자동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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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호르무즈의 해양통제(Control)를 확보하거나 미국을 대신하여 이란의 거부능력을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것과, 이란의 거부능력이 대한민국의 선박과 해상교통로에 미치는 효과를 감소시키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한국이 추구해야 할 것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지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해상교통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인 보호다.
그 경계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목적이다. 대한민국 국민과 선박,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이란의 군사력을 파괴하여 미국의 전쟁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작전대상이다. 선박을 위협하는 기뢰와 폭발물 등의 항행위험을 제거하고 민간선박을 보호하는 것과 이란의 군사시설과 전력을 공격하는 것은 다르다.
세 번째는 지휘체계다. 한국군이 대한민국의 지휘와 독자적인 교전규칙에 따라 해상교통로 보호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미군의 대이란 공격작전 지휘체계에 편입되는 것은 전략적 의미가 다르다. 네 번째는 군사적 효과다. 한국군의 활동이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통항을 회복하는 데 한정되는지, 아니면 미국의 대이란 공격능력과 작전지속능력을 직접 강화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구분은 이란이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란의 일방적인 선언만으로 한국군의 행동이 곧 전쟁참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이를 해상교통로 보호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 성격이 자동적으로 방어적 활동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한국군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그 활동이 어떤 목적과 군사적 효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있어야 한다.
호르무즈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것은 해협에 대한 새로운 통제권의 획득이 아니다. 이미 피해를 입은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며 대한민국의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해상교통로와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란의 현존위협(TIB)과 거부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전쟁목표와도 다르다. 한국이 필요한 것은 이란의 거부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대한민국의 생명선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침략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과 이미 공격받은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같은 평화주의가 아니다. 한국군의 군사력이 미국의 대이란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순간 해상교통로 방어는 전쟁참가의 성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생명선과 국제해협의 자유통항을 지키는 범위에 명확하게 제한된다면 그것은 미국의 전쟁참가와 구별되는 대한민국의 예방적 해상안보 활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바로 이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이 한국군을 파견할 것인가보다 먼저 결정해야 할 전략적·헌법적 과제다.
한국은 어떻게 파견해야 미국 전쟁이 아니라 한국 방어가 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V. 한국은 어떻게 파견해야 미국의 전쟁이 아니라 한국의 방어가 되는가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과 조건 아래 파견할 것인가이다. 한국은 이미 자국 선박과 해운이 공격을 받은 피해 당사국이며,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목적도 임무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현지 상황과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파견 이전부터 한국의 해상교통로 보호와 미국의 전쟁참가 사이에 분명한 안전장치를 설정해야 한다.
첫째, 파견 목적을 대한민국 국민과 선박, 해상교통로 보호로 명확하게 제한해야 한다. 한국군 파견의 목적은 미국의 대이란 전쟁을 지원하거나 이란의 군사력을 파괴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이미 발생한 피해의 재발을 방지하고 한국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며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요청이 파견 논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한국군을 움직이는 최종적인 기준은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이어야 한다.
둘째, 임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한국 선박의 호송과 안전항행 지원, 기뢰와 폭발물의 탐색·제거, 해상감시와 위협경보, 조난선박 구조와 국민 보호 등은 대한민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임무로 설정할 수 있다. 반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공격목적의 표적정보 제공, 미군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대한 직접적인 작전지원은 임무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 비전투라는 추상적인 명칭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한국군의 독립적인 지휘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해상상황과 위협정보를 공유하고 항행안전을 위한 작전협조를 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미군의 대이란 공격작전 지휘체계에 자동적으로 편입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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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임무수행과 무력사용에 대한 최종적인 통제권은 대한민국이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전쟁목표와 대한민국의 국민·선박 보호라는 서로 다른 전략적 목적이 혼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넷째, 교전규칙(ROE)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호르무즈는 이미 미사일과 드론, 함정과 기뢰의 위협이 존재하는 위험한 작전환경이다. 한국군이 선박을 호송하거나 기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군과 보호대상 국민·선박에 대한 임박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위적 무력사용의 범위는 분명하게 설정하되, 임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선제공격이나 대이란 보복작전에 참가하는 것은 제한해야 한다. 현장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임무확대와 전쟁참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력사용의 조건과 한계를 파견 이전에 정해야 한다.
다섯째, 국회의 동의를 통해 파견의 목적과 범위, 한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전력을 호르무즈에 파견하거나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구역과 임무를 실질적으로 확대한다면 국회의 명시적인 동의를 거쳐 파견의 정당성과 민주적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다. 파견지역과 기간, 병력과 장비, 임무와 지휘관계뿐 아니라 무력사용의 기본원칙과 임무 종료조건까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군사적 안전장치만큼 외교적 안전장치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란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군의 활동이 이란을 공격하거나 미국의 전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국제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유지하기 위한 제한적 활동이라는 .을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국에도 한국군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와 수행할 수 없는 임무를 사전에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한국군의 임무범위가 미국이나 이란 어느 한쪽의 판단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적용한다면 한국의 선택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양자택일일 필요가 없다.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해상감시와 기뢰제거, 선박보호 활동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해상교통로와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을 위한 전쟁참가가 아니라 해양국가 대한민국이 자신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제한적이고 예방적인 해상안보 활동이어야 한다.
결국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견을 미국의 전쟁참가와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파견 자체가 아니라 파견 이후에도 대한민국이 자신의 군사력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느냐에 있다. 목적과 임무, 지휘체계와 교전규칙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국회의 동의를 통해 그 경계를 통제한다면 한국은 침략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이미 피해를 입은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며 국가경제의 생명선과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지키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필로그 : 침략전쟁을 하지 않는 것과 대한민국의 생명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다르다
호르무즈 파병 논쟁은 결국 대한민국이 군사력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따라서 한국군이 미국의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거나 이란의 군사력을 파괴하기 위한 전쟁수행에 동원돼서는 안 된다. 이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침략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것과 대한민국의 국민과 선박이 공격받고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해상교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은 이미 호르무즈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국이다.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안전한 통항을 확보하는 것은 미국의 전쟁을 대신 수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은 국제해협과 해상교통로를 통해 에너지와 무역을 유지하는 사실상의 해양국가다. 자유로운 통항질서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해운회사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생활로 이어진다. 따라서 호르무즈의 안전은 먼 중동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직결된 해양안보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선택은 파병이냐 파병 반대냐라는 단순한 양자택일이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파견하고 어디까지 행동할 것인가이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되 대한민국의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이란의 거부능력이 우리의 해상교통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국제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지키는 범위에서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침략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헌법의 평화주의가 대한민국의 생명선을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일 수는 없다. 동시에 국가이익을 보호한다는 이유가 다른 국가의 전쟁에 참여하는 명분이 돼서도 안 된다. 바로 이 두 원칙 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국가전략이다.
한국이 호르무즈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생명선은 대한민국이 지킨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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